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
2022.08.12 - 2023.04.23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10:00 - 18:00 (월-일) / 21:00 (야간개장 수, 토)
입장료 무료 / 예약 필수
아침 일찍 국현미 이중섭전을 보러 안국역에서 내려서 걸아가는 길, 피곤하지만 날씨도 좋고 전시회를 본다는 생각에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했다.
입장하자마자 나를 맞아주는 신기한 로봇이 있었다. 도슨트 해주는 로봇인데, 시각장애인을 위해 작품을 설명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중간중간 로봇이 잘 지나갈 수 있게 길도 터주고 무슨 말을 하는지 듣기도 하면서 전시회를 관람했다.
전시회 초입에 수많은 엽서화들을 먼저 만날 수 있었다. 작은 공간 안에 인물과 물체들이 단순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이중섭에 대해 황소와 같은 유화 작품 및 은지화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엽서화를 그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엽서화 총 88개 중 40여 점이 국립현대미술관이 이건희컬렉션으로 소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엽서화는 대부분 작품 크기가 작아 가까이 다가가서 집중하면서 보았는데, 단순하고 작은 크기의 매력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엽서화의 가치를 이중섭의 회화 스타일적인 면에서만 생각해 봤는데, 오디오가이드를 통해 엽서화에 남은 주소, 발신인 등의 정보가 이중섭을 연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엽서화를 활용하여 책갈피처럼 만들어도 이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엽서화의 네모난 모양으로 만들어도 좋고, 아니면 안에 그려진 그림들 모양으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
전시된 은지화도 굉장히 많았는데, 아무래도 엽서화보다 배경이 어둡다 보니 형체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작품 가까이 가서 볼 수밖에 없었다. 크기도 작아 한 사람이 하나의 은지화를 보고 있으면 같이 보기엔 힘들었고, 작품 앞에 아무도 없는 작품들을 우선 보고 자리가 나면 다른 작품을 감상하는 순서로 움직였다.
담배를 감싸고 있는 은박에 선을 그으며 작업한 그림이라 그런지 날카롭고 복잡해 보였다. 가족을 그리워하며 은박에 그림을 그린 이중섭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담배 은박이라는 작은 캔버스 위에 본인의 복잡한 심경을 해소하며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키워가는 상황이 안쓰러웠다.
가족을 그리워한 만큼, 가족이라는 주제를 다룬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위의 <가족과 첫눈>에서 첫눈을 가족과 맞는 모습을 보여주며 가족의 포근함을 보여주고 이를 위해 사용한 색상을 통해 밝고 행복한 가족의 분위를 보여준다고 느꼈다.
두 아들에 대한 이중섭의 그리움은 어린아이들을 그린 그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중섭이 아이들을 그린 작품을 볼 때마다 어렸을 때 이사 가기 전까지 잠깐 다녔던 초등학교가 생각이 난다. 내 기억으로는 학교의 바깥 벽에 이중섭이 아이들을 표현한 것과 같은 형태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때는 왜 저 그림이 그려져 있는지 관심조차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이들에 대한 이중섭의 사랑과 같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기 위해..? 그렸던 것 같다.
<현해탄>과 <춤추는 가족> 두 작품이 이번에 공개된 작품들 중 가장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보여준 작품이라 생각한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헤어진 아내와 두 아들에 대한 이중섭의 그리움이 <현해탄>을 통해 현재의 슬픈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관점에서 바다 하나를 건너는 건 큰일이 아니지만, 그때에는 전후의 가난하고 힘든 상황에서 바다가 가로막고 있다는 현실이 굉장히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춤추는 가족>은 가족과의 행복한 모습을 통해 이중섭이 가족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 <현해탄>과 <춤추는 가족>을 통해 절망과 희망을 모두 갖고 있는 이중섭의 복잡한 심경이 전해졌다.
아이들, 가족에 대한 그림뿐만 아니라 위의 그림과 같이 정물을 그린 작품도 만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슈퍼에서 판매하는 호박 말고 밭이나 자연에서 자라는 호박을 실제로 본 적이 적어서 한눈에 이 작품이 호박을 그렸다고 알 수는 없었지만, 제목을 보고 다시 작품을 보니 호박을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떤 걸 그렸는지 알게 되니, 오른쪽 하단의 호박꽃도 보이고 넝쿨 같은 줄기에도 눈이 갔다.
<정릉 풍경>은 이중섭이 말년에 그렸던 그림이라고 한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다시 만날 희망을 갖고 살던 중 기대했던 개인전이 성과를 이루지 못하여 이로 인한 좌절과 건강 악화로 인해 쓸쓸한 느낌의 이 그림이 나왔던 것 같다.
결국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게 된 이중섭의 그리움을 전시의 마지막까지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시대의 불행함과 더불어 이중섭의 쓸쓸한 인생 스토리로 인해 현재 더욱 그가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대표적 한국 화가로 알려질 수 있었겠지만, 가족을 다시 만났다면 새로운 분위기의 밝고 환한 작품도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서울 전시회 후기]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작은 방주 +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 (0) | 2023.05.04 |
---|---|
[서울 전시회 후기] New Memories in Holiday (0) | 2023.04.06 |
[서울 전시회 후기] LIM Su Jin 임수진 개인전 <雪空 설공> (0) | 2023.03.23 |
[서울 전시회 후기] 이지은 작가 개인전: A BIT OF ME - TIME PART.2 (0) | 2023.03.19 |
[FRIEZE SEOUL] 2022 프리즈 서울 (+KIAF SEOUL 키아프 서울) (0) | 2023.03.15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