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시회 후기]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작은 방주 +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작은 방주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
2022.09.09 - 2023.02.26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10:00 - 18:00 (월-일)/ 21:00 (야간개장 수, 토)
입장료 무료
종로에서 돌아다니면서 놀다가 어쩌다 보니 국립현대미술관 야간개장으로 전시를 보게 되었는데, 마침 계속 보고 싶었던 <작은 방주>가 여전히 전시 중이었다. 야간개장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많았고 미술관의 분위기가 평소의 낮과는 약간 다른 느낌이었다.
사전에 알아보지 않고 간 건데, 럭키하게도 마침 이 날 현대무용팀이 <작은 방주> 전시에서 작품을 보여준다길래 즐겁게 관람했다.
작품 <작은 방주> 앞에서 시작된 무용은 음악과 함께 특이한 착장을 한 무용가들이 하나 둘 입장하면서 시작되었다. 음악과 의상 그리고 작품과 어우러져 되게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로봇이 세상을 정복하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퍼포먼스였다. 특히 <작은 방주>가 움직이기 작동하기 시작하면 이러한 기이한 느낌이 더욱 커지면서 신기하고도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천사 모형은 모형보다 그 뒤에 그림자에 더 눈길이 갔고, 그림자에서 더욱 강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작은 방주>와 같은 공간에 전시되어 있는데, 이 전시장이 어두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통해 더욱더 기계화된 인간성이 사라진 시대의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SNS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원탁> 작품을 실제로 보고 싶었는데, 이날 작동시간까지 기다리다가 관람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위의 공을 떨어트리지 않으려는 움직임으로 보았는데, 알고 보니 머리를 차지하려는 지푸라기들의 투쟁이라고...
하나의 머리를 차지하기 위한 무한 경쟁이라는 설명이 현대사회를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원탁>을 관람한 많은 후기를 보았는데, 어떤 경우에는 저 머리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혹시 내가 볼 때도 머리가 떨어지지 않을지 조마조마했는데, 내가 관람했을 때에는 아슬아슬하게 원탁 위에 머물러 있었다.
전시장 외부에는 <URC-1>과 <URC-2>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보이는 것과 같이 자동차 조명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각 조명들이 번갈아가며 빛을 내고 있다.
현대차 시리즈 작은 방주를 보고 나서 <임옥상, 여기 일서서는 땅> 전시도 이어서 관람할 수 있었다. 전체 작품을 다 보지는 못했지만, 내가 본 작품 위주로만 생각을 해보면 "흙/땅"이 주된 주제 같았다.
작품 이름이 기억나진 않지만, 굉장히 원시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큰 얼굴 모형이 바닥에 붙어있어서 앞에서만 보고 흙으로 만든 얼굴을 보여주는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뒷 공간이 뚫려 있고 안에서 흙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구성된 작품이었다.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의 얼굴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머리 뒤로 들어가 흙의 소리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제한된 인원으로 입장하게끔 안내하고 있었다. 안에 들어가서 흙의 소리를 듣고 든 생각은 막연히 흙/땅의 소리라고 했을 때 떠오른 만큼 평화롭고 차분한 감정만을 들게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한편으로는 불안한 감정도 들면서 자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첫 번째 작품에서 느꼈던 것처럼 원시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여기, 일어서는 땅>은 한쪽 벽면을 모두 차지하는 대형작품이다. 흙과 벽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사시대 벽화 작품이 생각났고 이 점이 원시적이라는 느낌을 주었던 것 같다.
모든 작품을 다 관람할 순 없었지만, 이번 국현미 전시 관람은 새로운 것들을 보고 듣고 체험했다는 점에서 좋았다. 현대무용이 가미된 작품을 감상하고, 흙의 소리를 들으면서 현대미술의 다채로운 특성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